|
어린이집 적응, 아이와 가족이 함께 도와주는 일입니다.
이재현 전문의(용인세브란스병원 신생아과 진료교수)
안녕하세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재현입니다.
매서운 겨울 추위가 가시고 따뜻한 봄날이 다가오면, 새싹들이 돋아나듯이 우리 아이들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됩니다.
바로 3월이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어린이집으로의 등원’의 시기인데요. 특히 양육자와 떨어진 적이 없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보육 기관에 나가게 되면, 처음으로 곁에서 아이가 떨어지는 경험을 하는 양육자의 마음도 힘들지만, 아이들은 더 큰 고비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 양육자로서 어떻게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기관 적응’, 아이들에게는 매우 큰 도전입니다.
태어나서 양육자와 떨어져 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낯선 어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기관에서의 시간은 낯설고 두려운 시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기관에서의 시간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질 때까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적응을 돕는 양육자의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아이들은 기관에 적응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여러 가지 증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양육자와 더욱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실수를 하기도 하고, 잠을 자다 깨서 힘들어하는 야경증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등원 거부’도 아주 흔하게 보이는 증상이죠. 이런 증상은 태어나서 처음 기관에 가게 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새로운 반으로 이동하는 아이들에게서도 흔하게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이런 낯선 모습은 양육자의 입장에서도 처음이라 낯설고 정말 난처합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어른의 ‘쿨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앞에서 자녀를 보내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함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불안감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집니다. 아이를 기관에 맡길 때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이가 기관에 대한 신뢰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기관에 방문하여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더 큰 사랑을 표현해주세요.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사회생활을 하는 마음속 에너지를 충전하게 됩니다.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많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감기에 안 걸린 날이 거의 없어요.”
정말 많은 부모님들이 호소하시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보육 기관에 다니게 되면 가정보다는 더 많은 인원의 사람들과 밀집된 곳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다양한 감염병에 자주 걸리게 됩니다. 가정 보육을 할 때에는 감기 한 번 안 걸리던 아이가 내내 콧물을 달고 살기도 하고,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장염, 그리고 수족구병과 같은 낯선 질환에 걸려 고생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기관에 맡기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이들은 여러 질병에 걸리며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기도 하는데요. 몇 년 전 코로나19가 유행하여 모두가 방역 수칙을 엄하게 지키고 아이들이 감기도 한 번 안 걸리던 시기가 있었지만, 엄격한 방역의 시기가 지나고 난 뒤에는 수년간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들이 본래의 유행 시기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면역이 충분히 훈련되지 않아, 유행하는 병원균에 쉽게 감염되어버린 것입니다.
아이들이 감염병에 걸린다는 것은 아이가 아픈 과정을 지켜보아야 하는 양육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아프면 가정 보육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직장에 다녀야 하는 양육자에게는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아프기 전 예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때에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나, 만 2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것은 방역 효과가 낮을뿐더러 언어와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마스크를 내내 씌우고 생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평소 아이의 손을 비누로 잘 닦는 습관을 가지고, 예방접종을 때에 맞추어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 아이가 감염병에 걸려 다른 아이들에게 질병을 전파할 수 있을 때는 등원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아이가 아플 때 잘 간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약의 용법에 맞추어 잘 복용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아이들의 질병을 악화시키는 ‘탈수’를 예방하는 것은 항상 중요합니다. 아이가 아플수록 수분 섭취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챙겨주시고, 맹물 보다는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경구 수액’이 아픈 아이들의 탈수를 막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깨끗한 물 1L에 소금 1티스푼, 설탕 8티스푼을 섞으면(기호에 따라 레몬즙이나 바나나 반 개를 으깨어 섞으면 맛이 더 좋아집니다.) 집에서도 쉽게 경구 수액을 만들 수 있으니, 급한 상황에서 활용하시면 아이의 병간호에 도움이 됩니다.
주로 집 안에서, 가족들과 지내던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모두 힘든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쏟아주시고,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관의 선생님과 같은 양육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분명 현명하게 이 시기를 넘기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의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