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 아이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저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모두, 여름이라는 계절 속에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리듬을 경험합니다. 휴가, 가족 모임, 돌봄 계획이 얽히다 보면 부모에게는 더 분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간을 경험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저희 아이들은 마음껏 놀고, 원하는 만큼 책을 읽고, 스스로 선택한 제2외국어를 앱으로 배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미국이라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도 한국 못지않은 사교육 열풍이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도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잘 배우고, 잘 성장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지요. 그런데 잘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잘 노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입학한 저희 큰아이,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던 둘째는 놀이터와 친구들을 통해 경험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배움인 ‘놀이’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마스크로 표정을 읽지 못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또래와 부딪히는 기회가 차단되었습니다. 대신 화면을 통한 활동이 늘면서 감정 표현과 집중력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자기 주장을 말로 풀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친구보다 휴대폰이 더 익숙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는 ‘놀이’를 다시 회복해야 할 시기입니다.
저 역시 일하는 엄마로서 늘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퇴근 후 아이가 “책 읽어 달라”, “같이 색칠하자”고 달려오던 순간, “조금만 있다가”라며 피곤함을 앞세웠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루 몇 시간을 함께했는지가 아니라, 그 순간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대했는가입니다. 엄마는 AI 로봇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으며 진심으로 “엄마는 지금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아이가 오래 기억하는 순간입니다.
요즘은 아빠와의 놀이도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엄마와의 놀이가 안정감을 준다면, 아빠와의 놀이는 세상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줍니다. 몸으로 부대끼며 짖궂게 웃는 장난, 목마 타기나 비행기놀이는 아이에게 “세상은 재미있고 도전할 만하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아빠와의 놀이는 자기조절력, 문제 해결력, 또래 적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학업 성취와 정서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때로는 엄마들이 거친 놀이를 걱정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멈출 때’를 배우고, 불안한 감정을 조절하며 사회적 경계를 익히게 됩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탐험을 허락해 주는 든든한 안전기지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바쁜 부모를 위한 현실적인 놀이 팁은 무엇일까요?
✔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단,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오롯이 아이만 바라보세요.
✔ 놀이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동차로 밥을 먹여도, 변기가 하늘을 날아도 괜찮습니다. 아이의 상상력을 존중해 주세요.
✔ 지친 날엔 ‘공감 놀이’를 해도 좋습니다. “엄마 오늘은 힘들어서 침대에서 토끼랑만 놀 수 있어”라고 솔직히 말하는 것도 아이에게 감정과 배려를 가르칩니다.
얼마 전,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문자 한 통이 제 마음을 오래 남게 했습니다.
“어제 엄마가 작은 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주셨어요. 엄마도 같은 반지를 했고, 병원 갈 때 끼고 갔어요.”
맛있는 음식, 화려한 키즈카페 보다 아이에게는 이런 순간이 더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아이의 발달은 거창한 교육보다 부모와 함께 웃고,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놀이 속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 단 10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진심으로 웃어주는 시간을 만들어 보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