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을 잘 하려면
김효원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것 뿐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잘 조절하고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할 수 있도록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가 스스로를 조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규칙이나 규범에 따라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을 훈육이라고 한다.
훈육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의 경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안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징징거리거나 떼를 쓰면 부모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다음에도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징징거리거나 떼를 쓰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어디까지 들어줄지 모르기 때문에 떼를 더 많이 내게 된다. 이런 행동은 사실 아이한테도 힘들기 때문에, 부모가 제한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일관되고 분명하게 대하여서 ‘안 된다고 한 것은 절대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렇게 제한하는 것의 가짓수가 많아서는 안 된다. 훈육의 목적은 아이를 혼내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거나 요구하면, 아이들은 부담감을 가져 아예 시작도 안 하거나 포기해버릴 수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것’이 행동을 바꾸는 데 중요하다
그래서 한번에 2-3가지 정도의 행동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가끔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그럼 나머지 문제행동은 다 괜찮다는 건가요?”라는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다. 한 번에 두세 가지 행동만 이야기한다고 해서 나머지 행동에 대해서 괜찮다고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에 두세 가지를 계속 얘기하고 나머지 행동에 대해서 적게 언급하면서 아이에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동기를 불어넣어준다면, 한두 달에 두세 가지 행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쌓이면 1년에 적어도 10~20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에 20개의 행동을 1년 내내 이야기해서는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가 어렵다.
이렇게 훈육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부모가 소리 지르거나 화내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윤이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때렸다고 하여서 왜 그랬냐고 물어보자 “엄마도 저를 맨날 때려요. 저는 때리면 안돼요?”라고 했다. 부모가 흥분해서 화내거나 욕하면서 말하면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쉽게 모방한다. 또 아이의 문제 행동 자체보다 부모가 화내고 흥분한 것에 초점이 더 맞춰지고 아이의 행동을 다룰 기회는 놓치기 쉽다. 가끔 부모가 화를 내는 것으로 자신은 벌은 충분히 다 받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훈육을 할 때는 차분한 목소리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행동을 규범이나 규칙에 맞게 가르치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하려면, 부모도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면서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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