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신윤승 교수(서경대학교 아동학과)
고개를 가누고, 뒤집고, 엄마라는 소리로 감동을 선사하던 나의 소중한 아이, 어느덧 어린이집에 보낼 고민을 하고 계시지요. 자녀가 어린이집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편안하게 적응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첫째, 어린이집의 교육철학 및 방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영유아 존중과 놀이를 통한 즐거운 배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놀이’가 자녀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중요한 건 놀이에 대한 지식이 아니고 그 가치를 이해하고 마음으로부터의 진솔한 동의가 있을 때 가정과 기관이 연계되어 효과적인 시너지를 내고 자녀의 신체,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등이 골고루 발달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에 대한 이중 잣대를 가지고 실제 가정에서 자녀가 주도하는 놀이와 전혀 다른 교육관과 그에 따른 상이한 자극들을 쏟아붓는다면, 아이들은 표현 못 할 혼란스러움 속에 빠지게 됩니다.
둘째, 교사에 대한 신뢰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교사는 또 하나의 부모입니다. 제가 어린이집 원장을 하던 때 한 교사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기에 조심스레 그 이유를 물어보니, 한 아이의 관찰일지를 적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속이 상해 울었다는 겁니다. 그때 저는 가슴으로 아이를 만나고 있는 그 교사의 마음가짐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교사가 다 유능하지는 않습니다. 경험 부족, 표현력의 미숙, 때론 타고난 성향의 어떤 일부분 때문에 학부모의 마음에 썩 내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도 맡은 아이들을 위해 몸과 마음으로 애쓰고 좀 더 나은 어린이집 부모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이 노력하는 존재임을, 또 아이 때문에 웃고 아이 때문에 우는 공동 양육자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내 자녀를 감사함으로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어린이집은 또래와 함께 생활하는 장소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내 아이 근처에 괜찮은 또래가 있어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지요. 그런데 우리 자녀 곁에 발달이 좀 느리거나 공격적 성향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와는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맺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안전이 위협당하거나 발달에 해를 미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린이집에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서로 잘 지내다가도 하원 직전에 옆에 아이와 부딪쳐 상처가 나고 속상한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 곳이 어린이집이에요.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고 그 훈련은 어른이 된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유아 시기부터 자연스럽게 경험되어야합니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로 바라보는 이해와 배려의 시선을 꼭 기억하세요.
넷째, 가정과 기관이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선생님, 바빠서 머리를 못 묶었어요, 00이 머리 좀 예쁘게 묶어주세요”
“차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와서 양치를 시켜야 하는데 선생님이 좀 해주세요”
학부모는 기관과 교사를 신뢰하는 마음에서 편하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교사는 학부모의 개별적 부탁이 싫거나 어려워서가 아니라 다른 영유아를 함께 생활하는데 있어 곤란함이나 불편함을 가질 수 있어요. 어린이집은 일대일 개별 양육만이 아닌 공동 양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일과 기관의 교사에게 도움을 청할 일을 지혜롭게 구분하고 또한 공동 양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학부모 개개인의 과도한 요구로 인해 보육 업무 자체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다섯째, 어린이집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어린이집 소식에 민감해야 합니다.
각 어린이집에는 기관 특성에 따라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여러 가지 통로들이 마련되어 있지요, 예를 들어 가정통신문, 홈페이지, 게시판, 키즈 앱, 각 반 교사의 직접적 안내 등입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원장이나 담임 교사가 알려주는 어린이집 소식을 주의 깊게 받아들이고 민감하게 바로 반응해 주시지만, 또 어떤 분은 무심히 흘려버리시죠. 예를 들어 ‘가족사진’을 보며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어뿐 아니라 인지, 사회, 정서 등 자녀의 발달을 자극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보내 달라는 날짜에 맞춰 가족사진을 잘 챙겨 보내는 것만으로 자녀의 전인적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 외에 전체적인 운영과 관련된 공지 사항이 전달되기도 하는데, 결국 학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과 반응이 어린이집의 원활한 운영에 도움이 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자녀도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은 자녀가 긴 시간을 머물며 행복감을 느끼고 더불어 영유아 시기의 적절한 발달을 이루어야 하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따라서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공동양육자로서의 따뜻한 시선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녀를 위한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 학부모, 교사 모두가 함께하는 아름다움 동행으로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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